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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여행 (도시 산책. 지도는 왜)여행 #유럽/포르투__Porto 2018. 4. 17. 01:28
여행길에 지도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나 나처럼 길찾는 센스가 없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그날 하루는 망친 기분이 들 것이다.
오늘 하루의 루트를 기록 해논 그것이 없이 길 위에 선다는 것. 완벽한 낯선땅에 의지할 것이라곤 그것 뿐이었거늘!
도대체 어딜 어떻게 찾아 가야 하는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그날 하루가 막막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안다. 너무 잘 안다. 하지만 한번쯤은 다 내던져 보고 싶진 않은지. 뭐가 됐던 나를 통제하는 것을 말이다. 천천히 하자. 지도없는 '하루'가 아닌, 지도 없는 '한 시간'은 어떨까? 자신 있다면 '반나절'은 어떨까.
지도는 낯선땅을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임이 틀림 없다. 하지만 그 때문에 모든것에 한계가 생겨버린다.
도시를 걷다보면 계획에 없던 무언가가 눈길을 잡아 끌기도 하고, 내려야 될 정거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 여기 내려서 구경하고 싶은걸.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 여기까지만 갔다가 돌아가기로 했어' '이번역에서 내리면 내가 아는 곳이 아니야' 라고 마음을 돌린적이 꼭 있다.
지도에 표시한 곳을 다녀야, 그렇게 완성해야 완벽한 여행이 되는것 같은 그런 기분. 그런것 때문일까
거기까지만 갔다오라고, 그곳 외에는 유명하지 않으니까, 관광지가 아니니까 갈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만드는데는 지도가 한몫함이 틀림 없다.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다. 정해진대로 지시 하는데로 따라가는것에 익숙해져 버려서 이젠 그것이 주는 안정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능공부 미친듯이 해서 그닥 맘에드는 대학은 아니지만 마음에 안도감은 주는 대학을 다니며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모르겠는데 어딘가에서 들어본것같은 전공을 선택하거나 부모님이,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는 학과로 진학해서 이게 옳은건지 아닌지도 모른채 술먹고 공부하다 한번씩은 휴학 해야 한다고 해서 휴학하고. 아 이젠 유학을 가야하나 다들 가는데 하다가 시간 흐르면 졸업할땐데 준비는 하나도 안되어있고. 남들 다 그렇게 가고 있으니까 나도 그렇게 가야하고.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는데 취준생이 되어 버려서 정해진 특정 기업에 지원하고 어이없는 거짓말과 오글거림으로 버무린 자소서를 내며 현타를 느끼고. 적당한 회사 찾아 들어가라고들 하니까 그런 회사에 들어가서 첫출근을 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난 지금 누구의 의지로 여기까지 왔는지. 심지어는 이 회사가 나한테 원하는게 뭔지도 모를때도 있다. 이렇게 하다보면 20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건 뭔지,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깨닫는 깨달음의 시간이 응당 20대 인데, 이렇게 누군가의 지시로 정해진대로 그렇게 가버린다. 그러다 보면 또 결혼할 나이가 됐다하니 그냥 내가 결혼할 때에 내 옆에 있던 사람이랑 짝이 되어서 더 늙기 전에 애 낳아야한다고 하니까 육아에, 애낳고 회사에 복직하니 커리어는 커녕 그간 일했던 내 자리가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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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큼 했으면 됐다.
우리는 지도가 표시 하지 않은 곳으로, 지도 바깥부분으로 뚫고 나갈 때가 되었다.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이다. 여행은 도착한 순간부터 타이머처럼 째깍거리며 돌아갈 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해진 대로 여행하며 그 루트를 밟으며 안도감을 느끼고 볼꺼 봤다며 미션클리어라고 만족 하는것도 좋다.
그래도 지긋지긋하고 똑같은 일상에서 한숨 돌리자고 떠나온 여행인데 한시간이라도 좋다, 지도는 손에서 놓고 눈길 닿는데로 발이 움직이는대로 그렇게 가보자. 지도가 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자. 장담컨데 좀전에 느낀 미션클리어보다 더한 뿌듯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 날이 그런날이었다. 시작은 포르투를 천천히 걸으며 돌아다니던 중이었다. 볼만한 곳은 지도에 찍어 놓고 하나하나 들러 돌아보며 둘러보는 평범한 여행의 하루 였다.
걷다 보니 지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느꼈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왜 지도에 표시된 곳 까지만 보고 돌아가야 하는지 그게 더 의문이었다.
이미 발길이 닿은 곳은 포르투 중심가는 아니었다. 이곳은 낯선곳의 더 낯선곳이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이렇게 걸어 오지 않았다면 이 풍경을 두눈에 담지 못했겠지.
포르투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트램과 그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도오루강이 방금이라도 기념품가게의 엽서에서 발견할것만 같은 모습이다.
이렇게 낯선 도시에서 우연하게 마주치는 정해지지 않은 순간들이 여행을 완성하곤 한다.
이제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면서도 트램이 사람들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하여 사라질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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