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북역 숙소 에어비엔비 후기. 호스텔 에피소드.여행 #유럽/파리__Paris 2017. 12. 17. 01:55
파리 숙소 에어비엔비 후기 20대 초반 처음 여행길을 나섰을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돈도 없고 지식도 없고 내가 뭘 좋아하고 뭘 보고 싶은지 조차 뚜렷하지 않은 청춘이었다. 이 때 선택 했던건 민박과 호스텔.
지금처럼 1인 1미디어 시대가 오기 전, 지도 한장들고 돌아다니던 때 처음 겪는 먼 유럽 땅은 당연히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하루 지나고 나면 물어보고 싶은 일들, 가슴 졸인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고 민박집으로 돌아가면 사장님이나 같이 묵었던 사람들에게 마치 학교 다녀와 엄마를 만난 애처럼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
잠시 뒤 뭔가 잘못 됐음을 느꼈다. 상기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대에 누워서는 스스로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20대가 다 넘어서 누군가에게 정서적으로 당연하게 의지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호스텔의 도미토리로 들어가면 그날 밤의 멤버는 운에 맡겨야 했는데 운이 안좋으면 밤 늦게까지 놀거나 나가는 애들을 만나 시끄러워 깨기도 하고, 코고는 사람, 잠꼬대 하는사람, 새벽에 체크인-체크아웃 하는 사람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겪은 97%는 평범하거나 좋은 사람들이었고, 가끔 만난 2~3% 정도는 어디가서 재밌었다고 이야기 할 정도 수준이다.
호스텔을 선택했던건 어떤 상황이 던지 한국에서와는 다른 상황을 겪는게 나에게 더 도움 될꺼라 생각 했었다. 애초에 편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 것에서든지 뭐 하나 깨닫고 싶은, 그야말로 청춘 이었다. 트러블이 생겨도 영어로 해야하니 머리에서 어떻게든 짜내야 할것이고, 부족한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때도 내가 어떻게든 구해내고 부딪힐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맨 처음 파리에 와서 지냈던 호스텔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내 나이 22살 이었고 호스텔 바에서 만난 소녀는 17세였다. 나보다 어른스러웠고 외국에 혼자 나와 있는게 너무 자연스러운 아이였다. 어딘지 모르게 세련됐고 강단이 느껴졌다. 긴 생머리가 허리 까지 오고 10여년도 더 전에 지금 입어도 멋있는 가죽라이더 자켓을 매일 입고 다녔는데 쿨내가 풀풀 났다. 당연히 내 또래 이상일 꺼라 생각했었다.
그녀는 혼자 독일에 들렀다 파리에 왔다고 했고 부모님 허락 하에 혼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완전 쿨내 나는 부모님과 딸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한 친구다. 이름도 참 특이하고 이뻤는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이 호스텔에서 난 처음으로 기네스 맥주를 마셨다. 기네스. 그냥 캔으로 먹어도 헤븐이다. 게다가 호스텔은 기내스 생맥주를 뽑아냈다. 처음 먹고 내가 한말은 "맥주에서 커피 맛이나!"
머리속에서 한 생각은 '얘네는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먹고 사는구나. 내가 먹은건 #$@%$^ 였구나'
눈이 똥그래 지는 나를 동생 처럼 바라보며 '이거 맛있죠?' 하던 17살 소녀.
지금까지 내가 먹어본 맥주 중에 가장 맛있는 맥주는 파리 호스텔에서 마신 그 생기네스다. 파리의 바에 오면 그때가 자연스레 오버랩되며 주저없이 기네스를 주문한다.
< 어느 날 밤 파리 >
< 캬~ 기네스다! >
< 파리의 밤에게 치얼스! 건배! >
돌아와 이번에 묵은 파리 에어비엔비 이야기를 해야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 형태는 에어비엔비. 국내에서 활성화 되기 전부터 꾸준히 이용 해봤는데 나한텐 정말 이만한게 없다. 여행 시 현지의 생생한 느낌을 겪는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호스트가 그대로 사용하던 집에 잠시 살다 나오는건 정말 황홀한 경험이다.
이번 파리 에어비앤비는 호스트 그녀 자체의 모습이었다. 파리 답게 작고 좁은 아파트였고, 패션관련 서적이 집안 곳곳 가득했다. 벽을 메우고 있는 액자들과 사진, 그림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듯 했다.
< 분리된 침실 >
< 센스 넘치는 화분과 액자들 >
사랑스러운 파리의 에어비엔비는 작지만 곳곳에 라디에이터가 있어서 따뜻했고, 무엇보다 인테리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딜 가든 화장실이나 욕실 인테리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긴 정말 와우였다. 화장실 천장까지 책장을 만들어 다양한 책을 꽂아놨고, 변기 뒤에는 비단뱀 박제 모형과 디퓨저가 있었다. 손잡이에는 태슬을 달아 포인트.
그녀의 아파트는 그냥 집 안에 있어도 집안 분위기 때문에 파리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어서 더 없이 좋았다. 쇼파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구름이나 보고 싶었다.
< 조명 센스 캬 >
< 내가 묵고 있는 도중에 배달되어 온 전등. 벨기에에서 주문한 거라며 행복하게 배송을 기다리던 그녀가 생각난다. >
< 화장실 문고리 >
< 곳곳을 채우고 있는 식물들 때문에 아파트가 생기 있어 보인다 >
< 유카리툽스를 말려서 꽂아놨는데 어찌나 근사하던지... 요즘 시즌에 참 좋을듯한 소품 >
파리 북역 근처였는데, 파리북역... 왜 악명 높은지 알았다. 유럽여행이 처음이거나 파리 첫 방문이라면 북역 쪽 숙소는 조심스레 피하라고 하고 싶다. 어지간한곳에서도 그냥 이곳이 그렇지뭐, 하며 크게 쫄지 않는 편인데 여긴... 쎘다.북역 근처를 어느정도 벗어 나면 괜찮은데 역과 역 근방 거리의 치안이 매우 좋지 않다. 내 기준 방문했던 어느 유럽 다른 도시보다 제일 안좋았다. 다행히 숙소로 도보로 걸을 수 있는 거리에 메트로 라인이 2개가 걸쳐 있어서 파리 북역을 다신 이용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다행 스러웠다.
이런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좋았던 에어비앤비.
사랑스럽고 쉬크한 호스트를 그대로 닮은 파리지앵의 아파트. 감사했습니다. Merci!
'여행 #유럽 > 파리__Pari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생제르맹. 까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피에르 에르메 (0) 2017.12.18 파리여행, 튈르리 정원 산책. 크레페 먹으며 총총, 점심 레스토랑 이야기 (0) 2017.12.14 파리여행, 에펠탑을 만나는 여러가지 방법 {인증샷의 날} (0) 2017.12.13 파리여행, 에펠탑을 만나는 여러가지 방법 {한낮의 파리 피크닉. 마르스 광장} (0) 2017.12.12 파리여행, 에펠탑을 만나는 여러가지 방법 {파리야경} (0) 2017.12.11 댓글